본문 바로가기

Book

페스트 - 알베르 카뮈

하루만 이 얼굴이 되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친 2020년에 유행하는 몇몇 책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시나리오"등등 각종 코로나 관련 (급히 만든 듯한)책,
자기안정 관련 심리학 책,

그리고 이 책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입니다.

 

다양한 내용과 서평이 있겠지만, 저는 몇몇 인물을 중심으로 2020년의 코로나 상황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이 책으로 봤습니다
참고로 1940년대의 파리는 이렇게 생겼다는군요

의사 리유(Rieux, 리외)와 공무원 그랑 - 혼란 속의 영웅이란?

의사 리유

의사 리유는 이 소설의 사실상 주인공입니다.(저술자라는 부분은 제일 마지막에 공개합니다)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이며,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기자 랑베르의 진단서를 거부하는 등 원리원칙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반부터 쥐가 피를 토하며 죽는 모습을 의심쩍어하며 가장 먼저 페스트 선포를 제안하는 모습, 직접 빈민가를 찾아가 심각한 상황을 목격하는 모습 등에서 의사로서 사람을 구하는 투철한 직업정신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또한, 어린 아이가 페스트로 죽는 상황을 "신이 아이의 죽음을 기뻐하셨다"고 종교로 승화시키는 파늘루 신부에게 쏘아붙이며 얘기를 할 정도로 증오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공무원들이 페스트 선포를 늦게 하고 종교인들이 페스트를 신의 징벌이라고 떠드는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는 리유의 모습이, 부조리와 혼란이 넘치는 상황에서의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라고 느꼈습니다.

영웅.jpg

공무원 그랑

시청의 임시 공무원인 그랑은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소심합니다. 너무나 신중한 성격 탓에 본인이 쓰려고 하는 소설의 첫 줄을 고민하느라 몇 년을 쓰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페스트가 퍼질 때에는 자원봉사대에서 회계와 행정 업무 같은, 얼핏 보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내며 "영웅의 본보기"라는 모습이 나옵니다.

마지막에는 가난과 일 때문에 자신을 떠나간 부인에게 용기를 내어 편지를 보내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느낀점

소설에서는 누군가를 영웅화하는 듯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여러 인물들이 본인이 혼란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조각조각 보여주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점차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는 으레 "영웅"을 찾기 마련인데, 소설을 통해 여러 소시민들이 혼란 속에서 묵묵히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 모두가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객 타루와 기자 랑베르 - 위기 속에 생겨나는 연대의식

여행객 타루

타루는 페스트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특이하게 별다른 목적 없이 오랑에 놀러온 사람입니다.

평소에는 스페인 무용수들과 자주 만남을 갖고 항상 사교적인 행동을 보이는데요.

하지만 의외로 페스트가 생기자 리유에게 병에 맞설 자원봉사대를 제안해 결성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에 혼란이 잦아들 즈음, 타루는 페스트에 걸려 사망하게 됩니다.

 

기자 랑베르

랑베르는 취재를 위해 오랑에 왔다가 페스트로 인해 갇히는 신세가 된 기자입니다.

초반부터 본인과 페스트∙오랑 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이 파리에 있다고 얘기하며 페스트가 퍼진 오랑에서 탈출하기 위해 갇은 방법을 써봅니다.

하지만 리유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사랑하는 사람이 수 백 킬로 밖에 떨어져 있음)에서도 "성실히" 페스트와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안 뒤엔, 자신도 오랑 시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원봉사대(타루가 페스트에 맞서기 위해 만든 조직)에 참가합니다.

코로나가 잦아든 뒤 마지막엔 랑베르의 연인이 오랑 역으로 오며 격정적으로 포옹하는 장면도 나오게 되죠.
(가장 긍정적인 결말을 갖는 인물입니다)

 

면 마스크를 만드는 자원봉사자분들

타루, 랑베르와 2020년의 코로나

코로나 속의 상황도 타루, 랑베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직접 상황에 맞서지 않는다면 위기에 대한 동질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서방의 많은 국가들과 동양의 코로나 속의 대처의식의 차이는 그 동질감의 차이에 있었다고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본인이 불편하고, 별 상관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휴가를 떠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조심하는 분위기가 없지만,

한국 중국 등의 나라들은 연대의식을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관심을 가지는 모습에서 

코로나의 확산이 차이를 불러왔다고 느껴집니다.

비록 랑베르는 직접 자원봉사대에 나서는 등 코로나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서방의 많은 사람들이 랑베르와 같은 연대의식을 조금이나마 가진다면 2020년과 같은 확산세는 조금이나마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파늘루 신부와 코타르 - 혼란을 이용하는 방법

파늘루 신부

파늘루 신부는 오랑에서 존경받는 기독교 신부입니다.

처음에 페스트가 급격히 퍼지기 시작할 때, 잠깐 지나갈 일이라고 나태하게 생각하는 오랑 시의 시민들을 "신의 벌이니 회개하라"라고 꾸짖는 모습도 보이죠.

하지만 소설의 주요 인물들이 목격하는 오통(판사, 아들이 죽은 뒤에도 수용소에 돌아가 봉사를 하는 헌신적인 인물)의 아들이 혈청 주사를 놓음에도 불구하고 죽게 되는 비극적인 모습을 보며, 

"신이 아이의 죽음을 기뻐하셨으므로 기독교인도 이를 기뻐할 것이다" 란 얘기를 하면서 리유와 대립하게 됩니다.

이후 얼마 가지 않아 파늘루 신부 역시 페스트에 걸리며, 치료를 거부하다 사망합니다.

 

코타르

코타르는 공무원 그랑과 같은 건물에 사는 기이한 인물입니다.

소설 초반에 자살 시도를 하다가 구출되며,
페스트가 퍼진 뒤엔 밀수 담배와 저급 술을 팔아 큰 돈을 벌게 됩니다.

하지만 페스트가 잦아든 소설의 마지막엔 허망감에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총을 쏘다 체포되죠.

 

혼란을 틈타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재기로 적발된 마스크

2020년의 코로나에서도 혼란을 삼아 이윤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스크 수요가 폭증해 사재기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

효과가 없는 향균 필름으로 많은 이익을 챙기는 사람 등..

코타르와 파늘루 신부를 보면서, 혼란을 틈타 본인의 이익을 챙기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파늘루 신부는 자신의 종교적인 가치에 들어맞추려는 집착을 가진 사람으로 저는 느꼈습니다)


짧은 생각

소설 페스트는 세계 대전의 혼란을 질병으로 비유해 써낸 글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 이후로도 살면서 여러 혼란이 올 것이란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20년의 코로나가 퍼지는 상황에서, 혼란이 퍼지는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페스트를 통해 알려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생각하는 1~2명의 영웅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소시민들이 연대 의식 속에 묵묵히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맡은 일을 한다면 혼란도 극복할 수 있다.

라는 점을 가장 많이 느낀
소설 "페스트"였습니다.

 


참고 사이트, 영상

페스트 인물 설명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oolpark&logNo=220276330271&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페스트 전체적인 내용과 해석

https://brunch.co.kr/@jinakim6als/20

 

설민석의 페스트 강독

https://www.youtube.com/watch?v=9f4cEDyCb_E&t=1s

 

민음사의 페스트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V__N5mvqK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