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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연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루한 사랑이야기 - 대설주의보

작품을 접한 배경

당근마켓에서 염가에 책을 파시는 분이 있어서, 별 기대하지 않고 사서 주말에 읽었습니다.

작가와 작품이 어떤지 배경을 전혀 아는 저로써는 주말 휴식용으로 읽었는데,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어요.

책은 쉽게 읽힙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애매하고 이해하기 힘든 소설의 전개는 없어서 카페에서 금방 읽어낸 책이에요.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짧은 단편집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서도 읽기 좋은 책입니다.

 

 

간단 소개 및 느낌

이 책은 7개의 단편 소설집을 묶어냈으며, 책의 제목은 최승호 시인의 '대설주의보'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대부분 예를 들면, 우연히 스치듯 만나서 얘기를 나눈 인연인데, 뭔가 마음에 남는 사람이어서 결혼을 하거나 안정된 삶을 가진 후에도 그 사람을 찾아서 때로는 도둑질을 하듯 때로는 열렬히 사랑을 하는 내용의 전개였습니다.

단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오대산 가을 구경'도 아내와의 전시회 관람 중에 우연히 만난 젊은 작가와의 사랑이야기였어요. 좋은 환경에 아내와 아들을 두고 있는 남자이지만, 개인전에서의 그러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무언가 현재에 부족한 느낌이어서겠죠. 그런 점에서 볼 때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결혼의 여부와 사는 환경을 떠나서, 가슴 한 켠이 공허한 이유 때문에 비루한 인연을 놓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7개는 모두 연애이야기이며, 대부분 제 기준으로 봤을 땐 비극으로 끝났어요. 물론 작가도 비극과 희극을 명확히 구분하고 싶은 의도는 없어보였습니다. 제 생각의 희극이라면 '그들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식이기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가 커져서 다소 따분해질 것 같네요. 현실은 그런 경우가 잘 없으니깐요.

 

강원관광 페이지의 백담사 소개 사진

책에서는 오대산 월정사, 설악사 백담사 등 절을 장면으로 하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고요함 속의 깊은 대화나 본인의 내면을 알려줄 때, 조용한 사찰에서 알려주는 상황이 많더군요. 다만 여행과 같은 기회로 소설에 나온 절에 가면, 고즈넉한 분위기 속 사색을 즐기는 것과는 정반대에 있는.. 불완전한 사랑의 깊은 이야기를 하는 소설의 내용이 떠올라 산통이 깨질 것 같아 걱정되네요.

 

앞으로의 자세(?)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 '오 나도 실천을 해봐야지..'라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단편 소설들의 결말도 다들 여자가 비구니가 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좋은 결말은 없었어요. 다만, 누구든지 가슴 한 켠에 남은 소위 '인연'이라고 하는 관계는 있고, 그들과 만나 관계를 가진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에 대한 시나리오는 이 책을 참고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인연이라는 의미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는 책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현실적인 40대의 연애소설'을 추천한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합니다. 적극적이지 않으나 상대를 갈구하는, 그러나 현실을 깨부술 수는 없는 참 비루한 사랑이야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