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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

4/12 투자일기 & IT 회사들에 관한 개인적 생각

시장은 역시 내 생각대로 가지 않는다.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해 조금 넣었던 리버스가 생각보다 손실이 컸다.

시장은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내가 넣었을 때엔 알 수 없는 질병인 코로나 공포가 서양에 가장 컸기 때문이다.

 

뭐... 학습료라고 생각하고 그냥 둬야겠다.

 

지금부터 쓸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이며, 절대 IT에 투자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시 읽어보니 예전엔 딱히 와닿지 않아 대충 읽고 넘겼던 부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은 경험의 동물인가보다. 잃어보니 책 한 줄 한 줄이 주옥같은 말들이었고, 시장이 내려갈 때의 나의 심리를 꿰뚫는 듯 했다.

 

하지만 미래의 성장 가능성과 회사의 스토리 등에 집중 분석해 소형주들의 10루타(10배 수익)종목을 주로 사는 피터 린치가, 100루타 아니 200루타 이상의 수익도 심심찮게 나오는 IT쪽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심이 없어서일까? 그건 아닌듯하다.

오히려 피터도 2000년대 개정판 책을 출간하며 투자 성과를 회고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보급형 조립식 컴퓨터의 혁명을 가져온 델(Dell)과 미국에서 ERP 솔루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페이첵스(Paychex)를 투자하지 않아 후회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여담으로, 요즘 페이첵스가 내린 건 대부분의 고객이 중소기업 또는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라 추측하고 있다.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작은 회사들에서 실업자가 제일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까.)

 

 

페이첵스의 그래프는 참 아름답다. 2000년대 정점에 오른 55달러에 있을 때 쓴 글이니, 피터가 후회할 만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를 물어보고 싶다.

당시 ERP 솔루션이 어떤 서비스인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내는지,

재무제표를 보며 건실한 회사인지 확인은 했는지,

다른 기업에 비해 페이첵스가 갖고 있는 해자는 얼마나 깊은지

자세히 보고 투자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피터 린치가 확답을 두진 않았지만, 기업을 깊이 탐구하고 신중히 투자하는 그에겐 페이첵스를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공부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도에 닷컴 버블이 있었고

(꽤나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가진 페이첵스도 주가를 보니,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세롬 데이타맨'같은 기업들이 있었던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

아마 인터넷이 막 떠오르는 그 당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헛기침을 하고 다짜고짜 증권회사 문을 활짝! 열며

인터넷은 커질 테니 아무거나 사줘! 하며 투자한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지금도 그런 사람 꽤 있겠지. 얼마 전 증권사에 계좌 만들러 여의도 갈 때에도 그런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런 식으로 투자한 사람들에겐 페이첵스는 운이 좋았지만,

만약에 본인들이 투자한 회사들이 라이코스(LYCOS)나 AOL이라면 어땠을까?

 

청룡열차 저리가는 '닷컴버블 익스프레스' 설계도.

 

사람들이 필자에게 IT쪽은 어디가 전망이 있는지 종종 물어보곤 한다.

프로그래밍도 배우고 있고(심히 부족한 실력..) 20대의 청년 치고는 주식에 관심도 꽤나 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무언가 반짝이는 생각이 있을 것이란 기대에 물어보는 듯하다.

하지만 내가 답을 못하는 이유는 주식 왕초보이기도 하고, 프로그래밍도 갓 시작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요즘 얘네를 모른다면, 당신은 외계인이거나 세상과 담을 쌓은 자연인일 것이다.

 

지금 잘나가는 IT 공룡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이 분야에서 얼마나 깊은 해자가 있는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없어서이다.

 

"대부분의 컴퓨터가 윈도우즈를 쓰니,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할꺼야!"라는 생각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사면 안 된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세계 최고니깐, 구글은 성장할꺼야!"라는 생각에 구글을 사면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Azure가 어떤 식으로 수익구조를 내고, 그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명쾌히 설명할 투자자가 몇이나 있을까?

구글이 어떤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그 기술들이 다른 경쟁자에 비해 얼마나 앞서 있는지

확실히 인지한 투자자가 몇이나 있을까?

IT 기업의 말도 안 되는 PE Rate가 합리적인 수치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짚은 투자자가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런 회사에 공부할 시간에, 피터 린치처럼 이런 산업이 성장하면 같이 따라 오를 골판지 산업(택배 증가) 같은 곳이 더 공부하기 쉽고 예측을 맞추기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IT기업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있고, 필자 본인도 적지 않다.

아무리 비판적으로 생각해도 100루타의 유혹은 너무 달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루타를 이뤄내기 위해선

로또에 당첨될 만큼의 운이 나에게 있거나,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해당 영역에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2의 구글이 어디인지, 또는 아마존이 제2의 라이코스가 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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